A Room of One's Own
<맨탈리스트> 레드 존(Red John) 이야기의 끝 본문
(레드 존 이야기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맨탈리스트(Mentalist)>의 메인 플롯이었던 레드존 이야기가 시즌 6 에피소드 8을 끝으로 마침내 막을 내렸다.
연쇄 살인마에게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꺼림칙하지만 그간 ‘레드 존(Red John)’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준 모습은 소름끼치도록 잔인하지만 젠틀하고, 순수하지만 한편으론 교활한, 말하자면 어른과 아이가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캐릭터로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대립하지만 사실상 같은 성격(personality)을 지닌 ‘제인(Jane)’과의 싸움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묘미 중 하나였는데...
결과적으로 레드 존의 B급 죽음으로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물론 레드 존 이야기 자체가 점점 B급스러워졌던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꽤 박진감이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레드 존 이야기가 “그래서 레드 존이 누구니?”를 쫓는 데만 관심이 쏠려서 정작 레드 존의 성격(personality)과 정체성(identity)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부분을 완전히 놓쳐버리지 않았나 싶다. 특히 제인과의 마지막 대립 장면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뜀박질을 하고, 911에 전화를 하고, 죽이지 말라고 애원하며 제인에게 잘못을 고백하는 레드 존을 보면서 정말이지 어찌나 안쓰럽고 찌질하던지! 레드 존도 겁 많고 결함이 있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 작가의 의도였을까? 아니면, [설마] 레드 존의 정체성(identity)을 파멸시킴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의 레드 존의 죽음을 심오하게 표현하고자 한 것일까? 후자라면, 적어도 절반은 성공이다. <맨탈리스트>의 상징과도 같던 레드 존이란 캐릭터의 정체성은 그의 우스꽝스러운 죽음과 함께 내 머리 속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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