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om of One's Own
(레드 존 이야기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의 메인 플롯이었던 레드존 이야기가 시즌 6 에피소드 8을 끝으로 마침내 막을 내렸다. 연쇄 살인마에게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꺼림칙하지만 그간 ‘레드 존(Red John)’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준 모습은 소름끼치도록 잔인하지만 젠틀하고, 순수하지만 한편으론 교활한, 말하자면 어른과 아이가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캐릭터로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대립하지만 사실상 같은 성격(personality)을 지닌 ‘제인(Jane)’과의 싸움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묘미 중 하나였는데...결과적으로 레드 존의 B급 죽음으로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물론 레드 존 이야기 자체가 점점 B급스러워졌던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
감정적으로 상처를 받는 일이 잦아졌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상처를 내는 주체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매일 무언가에 짓눌리는 기분은 마치 주변 사람들과 세상에 죄를 짓는 것만 같은 죄책감으로 다가온다. 내가 사랑한 것들, 지켜오고, 성취해온 모든 것이 마치 나 때문에 으스러져 버릴 것 같은 이 불안감은 점점 내 삶의 온기를 빼앗아 간다.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지만 단 하나도 만족스러운 구석 없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왜 더 노력하지 않을까 왜 더 집중하지 않을까. 왜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자신을 채찍질해보지만, 지금은 그저 아플 뿐이다. 점점 더 많은 요구와 책임이 주어지는 상황 속에서, 나와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삶의 태도는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질문에 직면..
청소년 인문학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내가 최종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 다름 아닌 ‘고전 읽기’였다. 청소년 감성에 맞는 세련된 강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톨레레게 역시 이를 위해 많은 시간을 세미나에 할애해 왔지만, 솔직히 말해서, 시청각 자료 및 놀이 활동을 활용한 프레젠테이션식 수업의 한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마다 견해의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경험한 인문학은 텍스트 읽기를 통해 비로소 시작되고, 이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그래서 지루하다는 이유로, 때로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교실에서 추방당한 텍스트 읽기를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수업의 중심으로 다시금 가져다 놓고자 하는 시도는 인문학의 전통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나름의 작은 책임을..
물리적 환경에서 배양된 도덕성이 빠르게 변화하는 웹 환경을 따라잡지 못하고, 오히려 웹 환경에서 자라난 온갖 종류의 오류, 비하, 혐오가 사회가 지금껏 쌓아온 신뢰와 가치를 심하게 훼손하고 있다. '김치녀'로 대변되는 여성혐오는 이러한 흐름의 단면을 보여주는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야만적인 사례다. 섬뜩한 건, 아래처럼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을 보이는 것조차 언제부터인가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사이트 바로 가기: http://kimchi-woman.blogspot.kr
교사가 되겠다는 열망을 쫓는 예비 교사들은 많은데 정작 청소년의 행복한 삶과 복지에 관심을 두는 예비 교사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참된 교사’, ‘참된 교육’을 꿈꾸지만 많은 이들이 교사로서의 자기 모습에 관심을 둘 뿐 청소년들이 학교 안팎에서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에 고통받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하는 눈치다. 그러면서도 훗날 교단에 서서 청소년을 변화시킬 자신의 모습에는 흠뻑 도취되어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면서 마치 때가 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러한 태도는 안일하고 교만할 뿐 아니라 사실 매우 위선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