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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문맹

Jeongjoo Lee 2014. 6. 4. 19:35

교육현장에서 부쩍 청소년을 위한 철학수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런데 정작 사업을 기획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철학이 무엇을 다루고 가르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 그저 철학에 대한 일반적 경험만을 앞세워 ‘힐링’ 수단으로 활용할 뿐이다. 학문으로서의 철학에 대한 전문적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사적 경험에 의존해 철학수업을 정의하고, 그 제한된 틀 안에서 철학의 효용성을 기대할 때, 철학이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건 그저 소소한 자기 위안 내지는 생각함의 재치뿐이다. 물론 이러한 것들도 철학수업의 일부이고, 그 나름대로 필요하고 유용한 철학교육의 한 방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다수의 기획자가 바로 이곳에만 머무르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려운 것도 쉽게 가르쳐야 한다는 유혹에 빠지고, 결과적으로 어려운 ‘읽기’는 완전히 배제되고 만다. 스키퍼(Robert Boyd Skipper) 교수가 지적했듯, ‘읽지 않으려 하는’ 현대판 ‘문맹(aliteacy)’이 발생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맹을 극복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반드시 읽혀야 한다. 이 과정에는 현란한 비디오도, 프레젠테이션도 필요 없다. 강사의 유창한 말솜씨, 우스갯소리도 필요치 않다. 어려운 읽기를 피해 가는 편법을 거부하고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 이것만이 읽지 않으려는 문맹을 극복할 수 있다. 


 “If the refusal to read is the problem, the solution cannot be anything but reading.” (R.B.Ski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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